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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강화산, 감성의 울림 '우연의 지배-소네트' 展

2020년 8월 5일(수)~11일(화) G&J 광주·전남갤러리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G&J 광주·전남 갤러리에서 서양화가 강화산 작가의 개인전이 오는 11일까지 열리고 있다.

지난 5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강 작가의 32번째 개인전으로 '우연의 지배-소네트' 주제를 가진 전시이다.

소네트(Sonnet)는 셰익스피어(Shakespeare)의 소네트에서 차용한 것으로 시인인 화자, 그리고 그의 고귀하고 수려한 젊은 친구, 눈과 머리카락이 검은 여인을 둘러싼 사랑과 갈등을 그린 이야기다. 단순한 줄거리에 정형화된 시형으로 자칫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을 '천 개의 마음'으로 상쇄한 시들이다.

그리고 고도의 언어학적인 기지를 구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과 시간의 상호 관계를 절묘하게 엮어 내고 있어 더욱 가치 있는 작품이다. 따라서 이러한 바탕 위에 강작가의 작품에 내재된 감성이 이입된 것이다.

강화산 작가는 이번 작품 전시회에 대해 "1989년 첫 개인전을 '레퀴엠'이라는 주제로 가졌는데 이때는 구상 작품으로 시대적 아픔을 정리하고 새로운 형식으로 나아가기 위한 제의(祭儀)적인 전시회였다"며 "1990년에 일이년간 최소한 한 번은 개인전을 열겠다는 다짐을 하고 지금까지 '우연의 지배'를 주제로 전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이어 "각 전시는 '고기잡이를 위한 씻김', '폐사지에서', '마음으로 세우는 탑', '고요와 울림', '선물', '소네트' 등을 부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강 작가는 계속해서 "이번에 전시하는 '소네트' 그림은 2016년 어느 날 셰익스피어에 흠뻑 빠진 친구 이종태로부터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기념으로 '셰익스피어 소네트'라는 주제로 전시를 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들으면서 시작되었다"며 "소네트는 유럽 정형시의 한 가지로 단어 자체의 의미는 '작은 노래'라는 뜻이다. 13세기 이탈리아 민요에서 파생된 것으로 엄격한 형태와 특정 구조를 갖춘 14줄로 구성된 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그러면서 "엄격히 각 운이 맞추어지는 형식이지만 소네트의 형식과 규율은 시대에 따라 변화되었다"며 "가장 잘 알려진 소네트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 그는 154개의 소네트를 남겼다"고 덧붙였다.

이종태 아트 칼럼니스트는 '우연의 지배-소네트'에서 "강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붓으로 그린다는 표현 방법을 확장하여 오브제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기법을 활용했다"며 "가능한 색채를 배제하며 단색 위주로 하되 자연에서 오는 시간성과 질료 자체에서 느끼는 감흥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평했다.

이 칼럼니스트는 이어 "생명은 지극히 우연성에서 탄생하기 때문에 그 근저는 필연이라는 운명론과 겹치게 된다"며 "지배라 함은 절대자 안에서의 자유, 혹은 자유로서 내가 스스로 만든 규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고 했다.

이 칼럼니스트는 계속해서 "따라서 '우연의 지배-소네트'는 운명적인 삶의 노래 혹은 필연에 의한 사랑의 노래로 이해했다. 그는 작품 속에서 생명의 탄생과 삶의 과정에서 희로애락을 역사와 시간 속에서 지각하고 우주의 흐름을 시적으로 표현했다"며 "특히 이번에 선보일 작품은 셰익스피어 소네트처럼 인간의 다채로운 감정을 지극히 절제된 14행시에 녹여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냈다"고 했다.

이 칼럼니스트는 끝으로 "강 작가는 즉각적이고 감성적이며 표현적인 작품을 견지해 왔으나 근래 작품은 매우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시어를 계획적이며 기하학적 반복으로 변환하였다"며 "그래서 생명과 삶, 사랑과 자유와 같은 상징을 대자연의 섭리에 두었다"고 평했다.

또 강 작가는 고(故) 이석우 비평가의 말을 빌리자면 "자기가 원하는 진실에 도달하려고 진지하게 모색하고 시도하는 작가"라고 한다. 그의 초기 80년대는 구상작품으로 민중미술과 궤를 같이 하다가 90년대 들어서면서 '우연의 지배'라는 주제를 탐구하면서 추상으로 변화되었다.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듯이 일정한 패턴에 얽매이지 않고 사유의 본질을 깊게 관찰하고 묵상하며 선적인 붓 터치를 한다. 그의 그림은 간결한 시처럼 여백이 있고 운율이 있다.

89년 첫 개인전 주제는 레퀴엠이었다. 레퀴엠은 죽은 이의 영혼 안식을 기원하는 미사곡인데 우리의 씻김굿과 궤를 같이한다. 민주화를 위해 죽어간 영혼들을 달래기 위한 일종의 제의식과 같은 마음으로 첫 전시를 함으로서 형상적인 작품을 마감하였다.

강 작가는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 근처의 한적한 마을에 작업실을 두고 수행자처럼 침잠해서 작업하고 있다. 그는 회화와 영상, 설치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하여 국내외에서 32회의 개인전, 6회의 아트페어, 300여회의 그룹전에 참가하였다.

저서로 '화가생각 그림생각'이 있으며, 현재는 예술과 사회와의 관계성, 생명의 탄생과 역사, 물질과 비물질로서의 회화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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