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심은 숲, 미래를 키우다… 산림청·문학인 85인, 탄소중립 나무심기 현장 르포

  • 등록 2026.04.23 18: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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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회 식목일 기념 '문학인의 숲'… 제6회 맞아 문화운동으로 자리매김


(파주=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펜을 내려놓은 문학인들이 삽을 들었다. 종이 위에 머물던 문장이 흙 속으로 스며들고, 한 줄의 시는 한 그루의 나무로 자리를 잡았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앞에 둔 지금, 문학은 더 이상 기록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4월 2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남북산림협력센터. 산림청(청장 박은식)과 전국 문학인들이 함께한 '문학인의 숲' 조성 현장은 단순한 식목 행사를 넘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언어가 교차하는 ‘살아 있는 문학의 현장’이었다.


이번 행사는 제81회 식목일을 기념해 추진된 탄소중립 실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올해로 제6회째를 맞았다. 제37대 산림청장인 박은식을 대신해 조영희 산림복지국장을 비롯해 (사)국제PEN한국본부, (사)세계전통시인협회한국본부, (사)한국문인협회, (사)한국산림문학회, (사) 한국소설가협회, (사)한국아동청소년문학협회, (사)한국여성문인회, (사)한국현대시인협회(가나다 순) 등 주요 문학단체들이 함께 참여해 시인·소설가·수필가·아동문학가 등 85인의 문학인이 무궁화를 식재했다.
현장은 이른 아침부터 모자를 눌러쓴 문인들로 채워졌다. 손에는 펜 대신 삽이, 노트 대신 묘목이 들려 있었다. 흙을 파고 나무를 세우고 다시 덮는 과정은 한 편의 시를 완성하는 과정과 닮아 있었다.

한 참여 시인은 “문장을 쓰는 것보다 더 신중한 마음으로 흙을 덮었다”며 “이 나무가 살아가는 시간만큼 우리의 문학도 함께 숨 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구호를 넘어 '실천의 언어'로

행사장에는 '문학인과 함께하는 탄소중립 나무심기', '2050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문구가 나부꼈다. 이날 심어진 나무는 단순한 조경 식재를 넘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상징적 실천이자 미래 세대를 향한 생태적 약속이다.

행사를 주관한 산림청의 조영희 산림복지국장은 "숲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바꾸는 가장 아름다운 기반"이라며 "특히 문학인들과 함께 조성하는 숲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국민의 정서와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적 숲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국장은 이어 "오늘 심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탄소중립 실현은 물론, 미래 세대에게 희망의 언어로 남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선길 (사)한국산림문학회 이사장은 "문학은 본래 자연에서 태어나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예술"이라며 "오늘 이 자리는 글로만 자연을 노래하던 문학이 직접 자연 속으로 들어가 몸으로 쓰는 또 하나의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이 숲이 훗날 문학인들의 성지이자, 국민 누구나 찾아와 위로받는 치유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호운 (사)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문인은 시대의 아픔을 기록하는 존재를 넘어, 이제는 미래를 책임지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며 "기후위기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문학 역시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오늘의 나무심기는 그 실천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하며. "문학이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상옥 (사)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은 "문학은 언어를 넘어 인간과 자연을 잇는 가장 보편적인 다리"라며 "오늘 심은 나무는 한국 문학의 정신이 세계와 연결되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심 이사장은 또한 "환경과 문학의 결합은 앞으로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흐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사를 총괄 진행한 이서연 (사)한국산림문학회 부이사장은 "이번 행사는 단순한 식목 활동이 아니라 문학인들이 직접 참여해 완성하는 하나의 '현장 작품'"이라며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와 의미가 깊어지고 있고, 제6회를 맞아 이제는 하나의 문화 운동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장을 찾은 최병암 전 산림청장은 "숲은 국가가 미래 세대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공공자산"이라며 "문학인들과 함께하는 오늘의 나무심기는 단순한 행사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최 전 청장은 이어 "숲과 문화가 결합될 때 그 가치는 배가되며, 오늘 이 자리가 바로 그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이승복 (사)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은 "시는 결국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회복하는 언어"라며 "오늘 우리가 심은 나무는 한 편의 시가 되어 시간 속에서 자라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문학이 현실 속에서 호흡할 때, 그 생명력은 더욱 길어진다"고 덧붙였다.


한 그루의 나무, 백 년의 문장

참여 문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나무를 붙잡으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그 장면은 마치 공동 창작의 한 순간처럼 보였다.

"지금이 가장 빠른 시작이다."

이날 현장에서 오간 이 말은 단순한 다짐이 아니라 태도의 선언이었다. 숫자가 아닌 정성, 참여가 아닌 책임. 그것이 문학이 세상에 기여하는 방식이었다.


숲은 문장이 되고, 문장은 숲이 된다

행사가 끝날 무렵, 막 심어진 나무들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뿌리는 이미 땅속 깊이 첫 문장을 쓰기 시작했을 것이다.

오늘 심은 나무는 내일의 숲이 되고, 오늘의 손길은 백 년 뒤의 그늘이 된다.

그리고 그 그늘 아래에서 누군가는 다시 시를 쓰게 될 것이다. 문학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무처럼 자라고, 이어지고, 다시 살아난다.

오늘의 식재는 단순한 녹화 사업이 아니라 문학과 자연이 함께 써 내려가는 장기적 서사다. 숲은 자라고, 문장은 이어지고, 그 둘은 결국 하나의 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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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섭 기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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